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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즐의 개발과 생각 아카이브

19살 고즐, Visual Basic과 PowerBuilder를 배우다

# 고즐전산병 # 해군개발자 # VB개발기 # 파워빌더시작 # 개발성장기

스토리 2025.12.12 11일 전 19 회 읽음



고즐 개발 성장기 2편: 해군 전산병으로 실전 개발을 시작하다

“고즐, 너가 제대로 코드를 짜기 시작한 순간이 언제야?” 이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항상 19살, 해군 전산병 시절로 돌아간다. 대학교 1학년 때 C언어로 기초를 깔고, C++로 간단한 이미지 퍼즐 프로그램을 만들던 그 시점. 그 바로 다음이 해군이었고, 거기서 나는 진짜 “실전 개발자 모드”로 전환됐다.


대학교 1학년, 코드를 처음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

군대 이야기부터 하기 전에, 짧게 앞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C언어를 배우면서 “아, 이거 재밌는데?”라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조건문, 반복문, 포인터… 솔직히 이론은 머리에 잘 안 들어왔지만, 직접 코드를 돌려 보면 감이 왔다. 그래서 C++로 넘어가서는 이미지 퍼즐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지금 보면 별 것도 아닌 수준이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꽤 큰 충격이었다.


해군에만 전산병이 있다길래, 그냥 거기로 갔다

입대를 앞두고 이런 소문을 들었다. “육군, 공군에도 전산병은 있지만, 해군에 전산병 TO가 많다. 전산병 하려면 해군으로 가라.”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해군에 지원했다. 운 좋게도 중앙 전산소에 배치되면서 진짜로 “개발하는 전산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시기가 딱 해군이 전자결제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던 때였다. 종이 문서와 결재 도장이 오가던 흐름을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이 막 시작되던 타이밍이었고, 그래서 전산병을 많이 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거기에 딱 맞춰 들어간 셈이다.


중앙 전산소, 고즐의 첫 “업무 시스템 현장”

해군 중앙 전산소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여기는 학교랑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다. 학교에서는 과제를 위해 코드를 짰지만, 여기서는 누군가의 업무가 내 코드 위에서 돌아간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잘못 돌아가면, 결재가 멈추고, 보고가 늦어지고, 실제 업무가 꼬인다.

그때부터 개발은 단순히 재미있는 코드 놀이가 아니라 “업무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되는, 책임이 따라오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이 감각이 이후 내 개발 스타일 전체를 바꿔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isual Basic과 PowerBuilder, 그리고 실전형 개발 마인드

중앙 전산소에서 처음 제대로 다룬 툴이 Visual Basic과 PowerBuilder였다. 당시 이 둘은 기업·관공서 업무 시스템을 빠르게 만드는 데 최적화된 도구였다. 폼을 올리고, 버튼을 배치하고, 이벤트를 연결하고, DB와 바인딩하는 식으로 실제 화면과 데이터가 눈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환경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느낌이었다.

  • 학교: “이론과 문법, 알고리즘 중심의 코드 연습”
  • 해군: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화면과 DB를 연결하는 업무 시스템 개발”

실제로 만들어야 했던 것들은 결재 프로세스, 조회 화면, 입력 폼, 로그, 권한 처리 같은 것들이었다. 각 화면과 기능 뒤에는 항상 “이걸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쓰는가”라는 질문이 붙었다. 이 때부터 나는 개발을 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자, 프로세스, 유지 보수를 같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FORTRAN, COBOL, 어셈블리… 시스템의 뼈대 쪽도 슬쩍 맛을 보다

해군 전산소에서는 Visual Basic, PowerBuilder 같은 도구뿐 아니라 기존에 돌아가던 레거시 시스템도 다뤄야 했다. 거기에는 FORTRAN, COBOL, 어셈블리 같은 언어들이 아직 살아 있었다. 내가 이 언어들로 큰 프로젝트를 한 건 아니지만, 코드를 읽어 보고,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를 만져야 할지 찾는 경험은 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은 두 가지였다.

  • “시스템이 어떻게 세대별 기술 위에 쌓여 있는지”를 눈으로 봤다는 것
  • “레거시는 무조건 버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면서 다뤄야 한다”는 감각

이 경험 덕분에 나는 새 언어, 새 프레임워크를 볼 때에도 “이게 기존 구조 위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라는 관점으로 보게 됐다. 기술을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시스템 안의 한 조각으로 보는 습관이 이때 자리 잡았다.


군 생활이 끝났을 때, 나는 이미 실전형 개발자였다

제대할 즈음에 돌아보니, 나는 이미 이런 것들을 경험한 상태였다.

  •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화면을 설계하고 구현해 본 경험
  • 업무 프로세스를 코드로 옮기는 흐름을 이해한 경험
  • DB와 화면, 로직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체감한 경험
  • 레거시 시스템을 건드려 보면서 기술 세대를 관통해 본 경험

즉, 제대할 때 나는 단순히 “코딩을 좀 할 줄 아는 대학생”이 아니라 “실전 업무 시스템을 경험한, 현장형 초급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이 차이가 이후 내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웹으로 갈지, 어플리케이션으로 남을지 고민하던 시기

군 생활이 끝나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선택지는 꽤 뚜렷했다. 하나는 계속 Visual Basic, PowerBuilder 같은 도구를 사용해 기업·관공서 업무 시스템 개발자로 가는 길. 다른 하나는 웹 쪽으로 넘어가서 보다 개방된 환경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길이었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이거였다. “어플리케이션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길고, 배포와 운영도 복잡하다. 웹은 훨씬 더 빠르게 만들고, 바로 사용자 반응을 볼 수 있다.” 이 생각이 결국 나를 웹 개발자로 이끄는 방향키가 된다.


2편 정리, 그리고 다음 이야기

2편에서 정리하자면, 해군 전산병 시절은 내 개발 인생에서 이런 의미를 가진다.

  • 개발을 “업무와 서비스”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 계기
  • 도구 중심이 아니라 “프로세스 + 사용자 + 유지보수” 중심으로 사고하기 시작한 시점
  • 웹으로 전향할 수 있는 실전 감각을 만들어준 준비 기간

3편에서는 전역 후 지방에서 네트워크·컴퓨터 유지보수를 하던 이야기, 서울로 올라와 쇼핑몰과 마케팅 툴을 개발하게 된 과정, 그리고 웹 프로그래머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이야기를 이어서 풀어볼 예정이다. 여기서부터는 “고즐이 어떻게 지금의 웹 개발 스타일을 갖게 되었는지”가 더 뚜렷하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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