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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서툰 감정이 남긴 조용한 성장의 기록

# 향기로운꽃은늠름하게핀다 # 학원로맨스애니 # 잔잔한연애 # 고등학생감정 # 성장서사

리뷰 2026.01.03 11시간 전 24 회 읽음 1


1편과 마지막편 제목이 왜 주인공 이름인지 나중에 알게 되고 잔잔한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달달한 로맨스와 빵순이 주인공 귀엽고 감상 평이기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서툰 감정이 먼저 도착한 이야기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연애의 사건보다, 감정이 생겨나는 상태를 오래 바라보는 작품으로 보인다. 고백이나 갈등 같은 분기점은 뒤로 물러나 있고, 대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준비 과정이 화면에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가 아니라, 왜 시작될 수 있었는가에 가깝다.


여주가 처음부터 밝은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 점도 같은 맥락에 있다. 표정과 말수가 적고, 외모와 옷차림에 유독 신경을 쓰는 태도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지키기 위한 방식처럼 보인다. 감정을 쉽게 꺼내지 않는 대신, 통제 가능한 영역을 통해 자신을 정리해 온 인물로 해석된다.


작은 친절이 남긴 흔적

남주의 1년 전 친절은 사건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여주가 그것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했다는 설정 역시, 감정이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보인다. 그때의 친절은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이후 관계가 시작될 수 있는 안전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듯하다.


이 작품은 인물을 단번에 변화시키지 않는다. 반복되는 사소한 배려와 일관된 태도가 쌓이며, 여주는 조금씩 편안해진다. 밝아진 모습은 새로 만들어진 성격이 아니라, 억눌려 있던 태도가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가족이라는 배경이 만든 온도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 설정은 이 작품의 정서를 조용히 떠받친다. 아버지는 장난스럽고 케이크에 진심인 인물로 그려지고,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를 먼저 알아보는 관찰자로 존재한다. 가정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인물이 버틸 수 있는 기반으로 작동한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남주가 달라졌다는 어머니의 반응은, 연애의 성취라기보다 인물이 자기 자리를 찾았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친구가 없던 시간이 길었던 아들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닿지 않는 거리의 선택

이 작품에는 끝까지 손을 잡는 장면도, 포옹도 등장하지 않는다. 신체적 접촉을 감정의 증명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일관되게 유지된다. 대신 거리, 시선, 기다림이 관계의 깊이를 대신한다.


이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설정을 떠올리면,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자체가 아직 서툰 시기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이 작품의 연애는 능숙한 교환이 아니라, 감정을 처음 다뤄보는 과정에 가깝다.


시작의 순간에서 멈춘 이야기

1화와 12화가 가장 강하게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처음과 끝에서 이 작품은 ‘가능성’과 ‘안착’이라는 상태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중간의 시간은 변화의 이동 구간에 가깝고, 시선은 다시 처음과 마지막으로 돌아온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설정을 생각하면,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충분히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은 여기서 멈춘다. 이 선택은 서사의 부족이라기보다, 가장 조용하고 단정한 지점에서 이야기를 접어두려는 판단처럼 보인다.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그래서 완결된 연애 이야기라기보다, 감정이 막 피기 시작한 순간을 기록한 한 장의 페이지처럼 남는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기억과 경험 속에 조용히 맡겨진다.



감상이 머무는 지점

이 작품을 보고 난 뒤 남는 감정은 강한 여운이라기보다, 어느 시기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건드린 뒤 조용히 물러나는 감각에 가깝다. 학창 시절이라는 시간은 누군가를 만나고 사귀기에는 아직 이르고, 감정은 분명하지만 표현은 서툴렀던 시기로 떠오르곤 한다.


어색한 대화와 어정쩡한 만남이 반복되는 전개 역시, 이 시기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능숙한 로맨스가 아닌, 말을 고르고 타이밍을 놓치며 관계를 배워가던 시절의 공기와 닮아 있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미완의 감정을 품고 있는 듯하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설정을 떠올리면,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충분히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래서 이 작품의 마무리는 깔끔함과 아쉬움이 함께 남는다. 이야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막 시작된 순간에서 멈추어버린 기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너무 잔잔하게,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서툴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처음 다뤄보던 시기의 공기를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각자의 기억에 따라 다르게 남을 여지가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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